할머니. 정말 죄송하지만요, 아버지가 인간의 끝을 달리고 있다고 해서 집안의 가장 노릇까지 해낼 능력이 지금의 제겐 없어요. 그렇게 바라시는 '가족을 위한 저의 성공' 조차도 앞길이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, 제가 누군가를 마음으로 보듬으면서 걸어갈 힘이 없다구요. 아버지가 망쳐버린 어머니의 인생에 대한 할머니의 미련. 잘 알아요. 하지만 그렇게 많은걸 제게 바랄수록 저도 지쳐가요. 다른 친구들 처럼 정말 즐거워서 웃어본 기억이 없어요.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으며 컸어야 했을 그 당시엔 당신들 내 손을 놓았었잖아. 그런데 왜 난 당신들 손을 전부 잡고 걸어가야 하는건데? 적당히좀 해. 그렇게 섭섭한거 하나하나 따지고 살자면 하루 24시간도 부족해. 다들 그렇게 한가해? 내가 놀러다녔어? 군대 다녀온 후가 더 막막해서 내가 벌어 먹고 살잖아. 얼만큼 더 해줄까? 이젠 용돈이라도 쥐어줘야 하나? 아 질려버린다 이제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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